한 줄 요약:
싯다르타의 여정과 성장 과정을 이야기하듯 써서 읽는 것 자체는 쉽지만 삶에 대한 고찰이 심오하게 담겨 있다.
제목이 싯타르타이길래 싯다르타가 주인공이면서 우리가 보고 배워야하는 현자인줄 알았는데 끝까지 읽고 나니 평범하게 성장해나가는 독자들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과 인간의 내면에 대해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포인트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느낀 키워드들은 지혜, 열반, 체험, 시간, 영적 성장, 단식, 돌맹이였다. 이 책은 작품 소개가 참 인상적이다. 내가 느낀 것들을 옮긴이가 깔끔하게 정리해주어서 말을 빌려 오겠다.
헤르만 헤세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한 개인의 영적인 성장 과정을 묘사하는 전통적인 교양 소설의 범부에 속한다. 그렇지만 교양소설의 경우 주인공이 자신이 속한 사회 또는 전체에 유용한 인물로 성장하여 그 사회의 일원이 되는 반면, 헤세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가 아닌, 먼 미래의 이상향이나 문화 이전의 원시적 본향을 향하여 자신을 성장시켜 나간다. 스스로를 ‘시인이요 탐색자이며 고백자’라고 불렀던 작가 헤세의 작품들은 무엇보다도 한 인간의 자기 실현 과정을 그린 ‘영혼의 전기’라고 할 수 있다.
이 개성적 윤리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자기 자신을 찾아 완전히 실현시킬 의무이다. ‘각자의 진정한 사명은 오로지 자기 자신에 도달하는 일뿐이었다. 그 과정에서 시인, 미친 사람, 또는 범죄자로 끝날지라도 그것은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자기 실현을 위하여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내면의 길을 걷는 것, 바로 이것이 전쟁으로 야기된 혼란과 가치 전도에 대한 헤세의 대답이다. 그렇지만 사회적, 정치적 현실에 대한 책임은 거부되고 있다.
🔴 다르게 생각함 🔵 새로운 지식, 배움, 깨달음 🟣 인상적인 표현 🟡 영감을 받음 🟢 공감됨 ⚪ 코멘터리
🟡 이보세요, 카밀라, 만약 그대가 돌맹이 하나를 물 속에 던지면, 그 돌맹이는 곧장 그 물 아래 밑바닥에 가라앉게 되겠지요. 싯다르타가 하나의 목표, 하나의 계획을 세우면 바로 그렇게 되지요. 싯다르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아요, 그는 기다리고 그는 사색하고, 그는 단식을 할 뿐이지요. … 그의 목적이 그를 잡아당기지요. 왜냐하면, 그의 목적에 위배되는 것은 그 어느 것도 자기 영혼 속에 들여보내지 않기 때문이오. …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색할 줄 알고, 기다릴 줄 알고, 단식할 줄 안다면, 마술을 부릴 수 있으며, 자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소. (93)
'무소에 뿔처럼 가라'는 유명한 말이 이 맥락에서 나온 결론이었을까? 담담하게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면 안 되는 것은 없다. 그러니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차분하게 할 일을 하면 된다. 이 구절과 상관없긴 하지만 왠지 이 책의 주인공이자 뮤즈이자 현인은 카밀라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 단식은 먹을 것이 떨어졌을 때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지요. 예컨대 싯다르타가 단식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면 당신한테서, 아니면 다른 데서라도 오늘 당장 아무 일자리건 얻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입니다. … 그렇지만 싯다르타는 이렇게 태연하게 기다릴 수 있으며, 초조해하지도 않고, 곤궁해하지도 않으며, 설령 굶주림에 오래 시달릴지라도 웃어 넘길 수 있습니다. 나으리, 단식이란 그런 데에 좋은 것입니다. (97)
이 책에서 단식은 굉장히 상징적으로 느껴진다. 모든 욕구를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삶의 태도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상징이 없다 하더라도 간헐적인 단식은 실제로 건강에 중요하긴 하다. 꼭 단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적당한 소식은 몸을 가볍게 해주고 나태함을 쉽게 이겨내게 해준다. 단, 본인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잘 이용한다면 말이다.
🟢 확실히 저는 즐기려고 출장을 떠났던 것입니다. 그 밖에 다른 목적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저는 여러 사람들과 지역들을 알게 되었으며, 친절과 신임을 얻는 기쁨을 누렸으며, 친구들을 사귀어 우정을 얻었습니다. 이보세요, 친애하는 나으리, 제가 만약 카마스와미였다면, 살 구매 계획이 수표로 돌아간 것을 안 즉시 잔뜩 화가 치밀어서 황급히 되돌아와 버렸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정말로 시간과 돈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자초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좋은 나날을 보냈으며, 배움을 얻었으며, 기쁨을 누렸으며, 분노나 성급함 때문에 제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언젠가 추후에 나올 수확물을 사기 위해서, 또는 그 밖의 다른 목적으로 그곳에 다시 갈 일이 있으면, 그곳의 친절한 사람들이 저를 다정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맞아줄 것입니다. 그러면 그것으로 그 당시에 성급하고 불쾌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데 대한 보답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103)
싯다르타가 출장을 가서 사업적으로는 허탕을 쳤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은 얻은 게 많다고 만족해하는 구절이다. 업무를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이 나랑 비슷하다. 현대의 직장인이었다면 아주 좋은 직장 동료가 됐겠다. 상사나 후배로서는 글쎄... 그렇게까지는 자기객관화가 덜 된 상태라서 확답은 못하겠다.
🟡 바로 그날 밤 싯다르타는 자신의 정원을 떠났으며, 그 도시를 떠났으며, 그 후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 카밀라는 사람들을 시켜 그의 행방을 수소문하지 않았다. … 그녀는, 이 상실의 고통 한가운데에서도, 자기가 그를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를 정말 그토록 진정에서 우러나오는 애정으로 자기 가슴에다 끌어안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그리고 자신을 다시 한 번 그토록 남김없이 그에게 바쳐서 자신을 온통 독차지하도록 하였으며 자신의 머릿속이 온통 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사실을 떠올리며 그나마 다행스럽게 여겼다. … 그녀는 그날부터 어떤 손님도 더 이상 받지 않고 집 대문도 빗장을 걸어 잠가버렸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싯다르타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임신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26)
카밀라는 정말 강인하고 지혜로운 신여성이다. 인물 묘사가 특히나 드라마틱하게 표현됐다고 생각한 구절이다.임신 엔딩 전개는 성모 마리아를 연상케하고 싶어서 넣은걸까?
🟡 당신은 그 아이에게 강요하지도 않고, 그 아이를 때리지도 않고, 그 아이에게 명령하지도 않아요. … 그렇지만 당신이 그에게 강요하지 않고 벌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당신의 착각이 아닐까요? 당신은 그 아이를 사랑이라는 끈으로 묶어 구속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174)
인상 깊었다. 바주데바는 정말 멋진 캐릭터다.
🟣 지식은 전달할 수가 있지만, 그러나 지혜는 전달할 수가 없는 법이야. 우리는 지혜를 찾아낼 수 있으며, 지혜를 체험할 수 있으며, 지혜를 지니고 다닐 수도 있으며, 지혜로써 기적을 행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지혜를 말하고 가르칠 수는 없네. (206)
누구나 그렇든 나는 면접을 보거나 자기소개서 쓰는 걸 정말 부담스럽게 느끼는데 가장 큰 이유가 이 구절이 의미하는 바와 상통한다. 내 강점과 장점은 내가 직접적으로 스스로에 대해 설명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느끼기 쉽지 않다. 상대방이 나를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느껴야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자연스레 '아, 이 사람이 착하다'라고 느끼는 것이지, 그 사람이 '나는 착해요'하고 말한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다. 지혜라는 것은 특히나 더 그렇다.
🟡 한 인간이나 한 행위가 전적인 윤회나 전적인 열반인 경우란 결코 없으며, 한 인간이 온통 신성하거나 온통 죄악으로 가득 차 있는 경우란 결코 없네. 그런데도 그렇게 보이는 까닭은 우리가 시간을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네. 시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네 … 그 죄인의 내면에는 지금 그리고 오늘 이미 미래의 부처가 깃들여 있다, 바로 그런 이야기야. 그 죄인의 미래라는 것은 모두 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이네. … 깊은 명상에 잠긴 상태에서는 시간을 지양할 수가 있으며, 과거에 존재하였던, 현재 존재하고 있는, 그리고 미래에 존재할 모든 생명을 동시적인 것으로 볼 수가 있어. 그러면 모든 것이 선하고, 모든 것이 완전하고, 모든 것이 바라문이야. (208)
영감과 가르침을 받긴 했는데 한가지 의문점이 있다. 시간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지만, 시간의 상대적인 구분 정도는 존재해야 그 사람을 아무리 동시적인 것으로 보더라도 구성이 결정되고, 비로소 잠재력이 발현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 한 개의 돌맹이네. 이 돌멩이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아마도 흙이 될 것이며, 그 흙에서는 식물, 아니면 짐승이나 사람이 생겨나게 될 거야. 예전 같았으면 이럴 때 나는 다음과 같이 말했겠지. 이 돌맹이는 단지 한 개의 돌맹이일 뿐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며 …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 이 돌맹이는 돌맹이다. 그것은 또한 짐승이기도 하며, 그것은 또한 신이기도 하며, 그것은 또한 부처이기도 하다. 내가 그것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까닭은 그것이 장차 언젠가는 이런 것 또는 저런 것이 되리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이미 오래전부터 그리고 항상 모든 것이기 대문이다. (210)
바로 전 구절에서 들었던 의문점이 사라졌다. 내가 사람으로 국한해서 생각해서 그런 거였고 그냥 만물의 윤회사상 개념으로 확장시키면 결국 시간은 없다. 정확히는 시간에 의미를 두는 것은 무의미하다. 근데 여전히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참고문헌
-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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