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인간의 역사를 논리적이면서도 재밌게 훑는다. 새로운 개념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쉽게 읽힌다.
정말 유명한 책이어서 막상 읽어보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저 잘 쓴 책이 아니라 수많은 연구들을 리뷰하고, 그 사이에 관계를 논리적으로 찾고,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낸다. 읽은 지가 꽤 돼서 총평은 길게 못 쓰겠지만 아무튼 내게 영향을 준 책이었고 한번 더 읽고 싶은 책이었다.
🔴 다르게 생각함 🔵 새로운 지식, 배움, 깨달음 🟣 인상적인 표현 🟡 영감을 받음 🟢 공감됨 ⚪ 코멘터리
⚪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해서 이 결정적 임계치를 넘어 마침내 수십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 수억 명을 지배하는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아마도 허구의 등장에 있었을 것이다. (53)
안 그래도 궁금한 대목이었는데 책 초반부터 바로 해결해 준다. 이때부터 아, 내가 예상한 것 정도는 초반에 빠른 전개로 끝내 버리고 내가 예측할 수 없는 흥미롭고 딥한 이야기들이 나올 책이구나, 싶었다.
⚪ 이들은 어린이나 병자, 노인을 살해하는 행위를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안락사를 보는 시각에서 바라보았다. (88)
알고는 있었지만 문자로 읽으니 와닿았던 구간이었다. 자라온 환경과 문화에 따라 당연한 것과 이상한 것에 대한 개인적인 주관이 정해지겠거니 정도로 알고는 있었는데 실질적인 예시를 보여주니 충격적이었고, 더 확실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 우리가 밀을 길들인 것이 아니다. 밀이 우리를 길들였다. (126)
농업혁명은 사피엔스에게 엄청난 사기였다는 걸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식량 걱정은 없어졌지만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걱정하며 노동하는 생활양식이 이 시기부터 시작됐으며 식량 해결이 과연 건강과 well-being에 도움 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의식적으로 골고루 먹어야 하는 세상이 이때부터 찾아왔고, 우리 신체를 태초에 설계된 대로, 의도된 대로 사용하지 않기 시작한 것 같다. 노동하는 사람과 누리는 사람의 격차도 이때부터 더욱 벌어졌고 이 외에도 정말 많은 변화를 초래한 건 사실이다. 게다가 딱 이문구는 표현도 기가 막힌다고 생각한다.
⚪ 역사책에 기록된 것은 이들 엘리트의 이야기다. 역사란 모든 사람이 땅을 갈고 물을 운반하는 동안 극소수의 사람이 해온 무엇이다. (153)
농업혁명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유명한 콘셉트이니 이것도 알고는 있었는데, 이래서 사람들이 죽기 전에 뭔가 남기고 싶어 하는 걸까? 어쨌든 간에 있는 그대로의 데이터를 남겨두는 일은 꼭 필요하고 엘리트라면 철학, 문학, 등의 다소 한량스러운(?) 면을 겸비해야 할 책임이 여기에도 연관된다고 본다. 어느 정도는 머리가 꽃밭일 필요도 있다.
🟡 미국 독립선언문은 이렇게 단언한다. “우리는 다음의 진리가 자명하다고 믿는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이들은 창조주에게 생명, 자유, 행복의 추구를 포함하는 양도 불가능한 권리를 부여받았다.”… 해당 구절을 생물학 용어로 번역하면 이렇게 된다. ‘우리는 다음의 진리가 자명하다고 본다.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르게 진화했으며, 이들은 변이가 가능한 모종의 특질을 지니고 태어났고 여기에는 생명과 쾌락의 추구가 포함된다.”(165)
되게 어려우면서도 되게 멋스러운 부분이었다. 일단 자유와 행복의 추구는 쾌락의 추구가 맞는 거 같긴 한데, 평등하게 창조된 게 아니라 다 유전적으로 다르다고 짚고 넘어가는 걸까? 아님 유전적으로 다르더라도 창조된 시점부터 그 사실을 평등이라고 다시 정의하는 걸까?
🟡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 우리의 현재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 가령 유럽인이 어떻게 아프리카인을 지배하게 되었을까를 연구하면, 인종의 계층은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며 세계는 달리 배열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342)
개인적으로 이 책의 킬링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가치관과 논리회로를 아주 상징적으로 알려주는 거 같다. 역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배운다느니 어쩌고 저쩌고 하는 틀에 박힌 말보다 아주 와닿고 신선했다. 사소한 계기로 세상이 지금과 전혀 다르게 뒤바뀌었을 수 있다는 말이고 그저 긴 호흡의 현상이라는 것 같다. We could end up being anything no matter if it’s one-step progressed or regressed.
🔵 자본주의는 '자본'을 단순한 '부'와 구별한다. 자본이란 생산에 투자되는 돈과 재화의 자원을 말한다… 비생산적인 피라미드에 자원을 쏟아붓는 파라오는 자본주의가 아니다. (442)
자본주의도 종교와 비슷한 것 같다. 평등하고 생산적이라는 근거를 베이스로 한 종교 말이다. 이렇게만 보면 자본화하는 게 타당한 듯하다. 모두가 사회에 헌신하고 희생할 게 아니라면 내 행복에 집중하려는 차원에서 부를 축적하고 싶은 마음 그 자체를 나쁘다 할 수는 없다.
🔵 그럼에도 인류의 경제는 근현대 기간 내내 어찌해 서든지 계속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해 왔는데, 이것은 오로지 과학자들이 몇 년마다 한 번씩 새로운 발견이나 장치를 들고 나온 덕분이었다. 예를 들면 아메리카 대륙, 내연기관, 유전자 복제 양 같은 것을. 은행과 정부는 돈을 찍어내지만 궁극적으로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과학자들이다. (445)
이거 진짜인데 이제까지 알아채지는 못했었다. 과거 농업혁명 때는 분리되었던 엘리트와 노동자가 지금은 전부 똑똑해지고 상향평준화 됐지만 오늘날 과학자가 과거의 노동자랑 뭐가 다른가..? 물론 지금도 단순 노동자들이 있으니 엄연히 다르지만 비유를 하자면 말이다. 지식노동자 정도가 되려나?
🟡 이전의 네덜란드 제국처럼 대영제국은 대체로 민간 주식회사들에 의해 설립, 운영되고 있었고… 나폴레옹은 영국을 가게 주인들의 나라라며 비웃었지만, 결국 그 가게 주인들에게 패배했다. 가게 주인들이 세운 제국은 역사상 최대의 제국이었다. (460)
미래에는 다시 기업(생산과 경제 활동이 주체가 되는 무언가)이 국가의 역할을 대체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 가족 간에 유대감이 강하고 구성원을 잘 돕는 공동체에 소속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 훨씬 행복하다. (539)
결혼과 행복의 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라 생각하지만 가족, 공동체와 행복의 관계라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유발 하라리,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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