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감소로 아이들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도 육아는 더 힘들어지고만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이를 맡기려고 어린이집을 신청하면 대기 순번이 많게는 100번대에도 달하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수백개의 어린이집들이 매년 문을 닫고 있다고 한다. 아래 기사처럼 아이를 맡길 수가 없는 와중에 육아휴직도 자유롭지 못하니 결국 맞벌이 부부 중 한명은 일을 그만 두게 된다.
그래서 우리 머릿속에 육아 버전 당근마켓이 떠올랐다. 중고물품 판매자와 구매자를 쉽게 이어주듯이, 아이 돌봄이 필요한 부모와 베이비시터를 쉽게 이어주는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보았더니 이미 나와있었다. 자란다, 맘시터, 잘노는, 째깍악어 등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상황 속에서 오히려 아이를 한 명만 낳아서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패러다임이 생겨나서 키즈산업은 호황이라고 한다. 오늘은 육아 도우미 매칭 플랫폼 스타트업들 중 자란다와 맘편한세상(맘시터)에 대해서 알아보자.
육아 플랫폼 스타트업의 시작은 자란다의 장서정 대표가 끊었다. 워킹맘이던 장 대표는 아이가 3살 때까지는 부모님의 도움도 받고 베이비시터도 구하면서 어렵지 않게 지나 갔으나 아이가 4살이 되면서 단순히 돌봐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대화하고 놀아줄 수 있는 '놀이시터'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12년간 모토로라에서 UX 디자이너로 일한 후, 제일기획에서 3년간 디지털 사업전략을 책임졌던 장 대표는 사용자 관점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리서치하는 것이 몸에 밴 전문가였다. 곧바로 놀이시터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사업성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렇게 2016년 자란다가 창업했다.
맘시터를 운영하는 정지예 대표도 같은 해에 맘편한세상를 창업했다. 여자 선배들이 회사를 그만 두는 모습을 보면서 커리어를 고민하던 와중 당시 남자친구이자, 지금의 남편의 응원에 용기를 얻어 29살에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자란다와는 다르게 정 대표는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일 자체도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동네에 어떤 아이돌보미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가 처음 떠올렸던 육아 플랫폼은 맘시터에 더 가깝다.
어찌됐건 둘 다 창업하자마자 투자를 받았고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다. 지금까지 자란다는 약 450억 원, 맘시터는 약 130억 원 가량 투자를 유치했다. 두 스타트업은 언뜻 보기에 똑같아 보이는데 투자액수는 꽤 차이가 있었다. 왜 그럴까?
앞서 말했듯 자란다와 맘시터는 둘 다 육아 도우미를 매칭 해주는 서비스 플랫폼이다. 하지만 각 창업자의 비전과 수익화 방식 등을 들여다보니 방향성이 다소 달랐다.
우선 자란다는 돌봄 이상으로 교육의 범주까지 보고 있는 것 같다. 자란다가 말하는 강점은 데이터와 매칭 알고리즘인데 이는 교사들을 직접 관리하기에 실현 가능하다. 단순히 부모와 도우미 사이에서 중개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란쌤이라는 교사들을 직접 고용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 수록 쌓여 가능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짜서 더 좋은 매칭을 제공 할 수 있다. 부모와 아이라는 고객 정보가 이 플랫폼의 자산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수익 창구도 플랫폼 이용 수수료에 더불어 맞춤 교육 프로그램이나 맞춤 아동용품 큐레이션 등으로 다원화 할 수 있다.
반면 맘시터는 보면 볼수록 당근마켓과 유사했다. 교사/도우미를 직접 관리하지 않고 중개 역할만 하는 전형적인 개인간 거래 즉 C2C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수익 창구가 플랫폼 이용 수수료로 한정적일 수 있기 때문에 한달 동안 시터 정보를 무제한으로 열람할 수 있는 티켓을 판매한다. 일종의 기간제 프리미엄 구독료인 것이다. 그치만 덕분에 시터 비용이 자란다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자란다는 시간당 약 12,000~14,000원이고 맘시터는 약 10,000~12,000이라고 한다.
두 플랫폼을 간단히 비교 조사해 본 결과 아무래도 투자 시장은 자란다가 수익모델 확장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성장성이 더 있다고 판단한게 아닐까 싶다. 솔직히 지극히 개인적인 소비자 입장에서는 맘시터가 더 좋다. 정말 절대적인 시간과 돈과 체력이 모자라서 힘들게 아이를 양육하는 맞벌이 부부의 사회적 페인포인트를 해결해주려는 느낌? 자란다는 사업 성장성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대로 덩치가 커지면 사교육비를 벌어들이는 대형 교육 기업이나 대형 키즈 애그리게이터가 될 것 같다. 물론 그게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더 큰 수익을 내는 올바른 성장 방향이다. 그치만 왠지 모르게 이질감이 든다.
참고문헌
- EO PLANET, 29살에 퇴사해서 5년 만에 업계 1위 달성한 워킹맘 CEO
- Forbes Korea, 장서정 자란다 대표
- Bylink Network, [바스리] “아이 낳으면 고생? 맘시터가 바꾸고 싶다”
- 혁신의 숲, 육아 도우미 매칭 플랫폼 분석 (자란다, 째깍악어, 맘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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